서비스산업 규제 속히 걷어내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산업활동동향은 12월 잠시 반등했을 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제조업은 재고는 늘었고 가동률은 글로벌금융위기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기동행지수, 선행지수 모두 하락했다. 소비도 내구재를 중심으로 전월보다 감소했다. 경상수지는 47개월째 흑자를 이어가고 있으나 줄어든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감소한 탓이다.

이와 같이 경제가 오그라드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세계경제가 대침체(Great Recession)를 벗어나지 못해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에 어려움을 주기 때문이다. 경제내적으로도 가계와 기업의 빚이 과다한 데 따른 부채 오버행(Overhang)이 일어나 소비와 투자수요가 위축되고 있다.

이 현상이 경기순환상 2011년 8월의 정점에서 여전히 하강하는 것을 뜻하는 지 아니면 긴 호흡을 가지고 내다볼 때 고령화에 따른 우리경제의 축소균형을 반영하는 것인지 또는 둘 다인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경제에 심각한 장애가 존재해 왔다는 사실이다.

지난 200년간 선진국 산업구조는 고용과 부가가치 비중이 농업에서 제조업으로 다시 서비스업으로 이동하는 정형화된 패턴을 보인다. 이때 농업의 비중이 줄어듦에 따라 늘어난 제조업 비중은 다시 완만하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제조업 비중이 피크에 이른 시점에서 서비스업은 급격한 상승곡선을 그린다.

우리의 경우 제조업의 고용은 1990년대 초, 부가가치는 2000년대 초에 각각 정점을 찍었다. 한편 서비스는 고용이 1990년대부터 급격하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부가가치는 여전히 답보상태다. 이 사실은 선진국의 경험과 달리 서비스업의 생산성이 매우 열악한 것을 의미한다. 서비스업으로의 구조적 전환이 상당기간 지체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모든 서비스가 열악한 것은 아니며 ICT와 같이 어떤 제조업 못지 않은 업종도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제조업에서 밀려난 인력이 서비스업으로 진입, 서비스 생산성이 하락하는 악순환이 서비스시장이 커지고 우수인력이 유입, 다시 서비스시장이 고도화되는 선순환을 압도하는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산업구조전환은 통상 경기순환의 하강국면에서 일어난다. 외환위기 후 극심한 경기침체에서 제조업은 가혹한 구조조정을 겪었고 그 과정에서 몇몇 기업은 세계적 반열에 올랐다. 정부는 조만간 조선, 철강, 해운, 건설 등 공급과잉업종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할 예정이다. 문제는 여기서 밀려나는 인력이 딱히 갈 곳이 없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7일 고용창출 100대 우수기업 오찬간담회에서 노동개혁 및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의 국회 계류 상황을 지목하며 “우리는 이러한 문제의식과 해결책을 알고 있으면서도 기득권과 정쟁에 가로막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서비스업이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현재 우리경제가 당면한 지상과제다. 양질의 일자리는 숙련노동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모두 늘어날 때 비로소 창출된다. 경제규제에서 건전규제로 규제체계를 선진화하여 서비스시장의 시장규율을 높이고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강화하는 등 매우 광범위한 영역에서 지난한 노력이 요구된다.

우리가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하고 사회적 긴장과 갈등이 고조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한국경제가 선진국의 길목에서 비껴나 교착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현시점에서 바른 길로 돌아오기란 결코 쉽지 않다. 무엇보다도 새로운 법과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며 정치권에서 물꼬를 터줘야 한다.